"당신은 몇 명의 연락처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이제는 많은 이들이 핸드폰이 없다면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부모님에게조차도. 왜냐하면 이제 우리는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핸드폰에 저장만 하면 언제든지 그 번호는 내 핸드폰에 있을테니까요. 이로써 기억력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직접'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되었습니다.
기록을 하면 기억력은 물론 생각력이 좋아진다는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유연한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기록이란 머릿속에, 그리고 몸의 세포들에 기억을 각인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보고 읽고 생각하는 몸의 감각들을 깨우는 것들을 통해 우리의 몸은 더욱 잘 기억하고, 기억에 기억을 쌓아 더 깊고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겁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기 보다는 이제부터 디지털 세상에서 '나'로서 살아가기 윟나 제대로 기록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알아보면 좋을거 같습니다.
유연한 사고를 만드는 습관, 기록
😀 기록, 잠재성을 현실성으로 만드는 회로
'기록한다'고 하면 잊지 않기 위해 '나중에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메모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곧 무의식적으로 잊어버려야지 하고' 결심'하는 것과 같다. 제대로 된 기록은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기록은 또한 내안의 생각을 표출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메모하면서 생각을 이어가면 체계적 구상이 가능한 건 내재화된 잠재성이다. 잠재성이란 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 데이터, 기억의 총량과도 같다. 잠재성을 현재성으로 끄집어내는 회로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기록이다. 내면에 있는 걸 밖으로 표출할 때 생각은 우리에게 확실히 각인되며, 이렇게 기록이 습관화되면 생각력이 강화된다.
책에 푹 빠져 종일 읽었는데 책장을 덮는 순간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한 장을 읽고 그 내용을 천천히 음미한 뒤 핵심 키워드만 골라 다섯 줄 정도로 메모 해보자. 그렇게 한 권을 다 읽고 노트 세 쪽 분량만큼 메모가 모이면 그걸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자. 이렇게만 해도 책의 내용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머릿속에서 생각난 것만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니다. 핵심만 모아 극단적으로 요약해서 쓸수록 더 좋다. 문장을 빽빽하게 다 채워 쓰면 행간을 읽을 공간이 없다. 핵심 키워드만으로 생각의 공간을 남겨놔야 우리의 잠재성이 발휘된다.
😊 한 줄로 기록해보는 일상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메모장 무엇이든 기록하는 방법 자체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노트북에서 빠른 속도로 타이핑하는 건 생각을 쏟아내는 것에 가까워 깊이 생각하면서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 앞서 말했듯 머릿속에서 기억나는 것을 끄집어내어 각인시키기 위해선 온전히 체화된 것을 천천히 정리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선뜻 기록해보는 게 쉽지 않다면 일상의 모든 순간을 한 줄로 요약해보자. 아침에 창문을 열고 마신 공기, 길에서 마주친 풍경, 버스에서 만난 사람, 내가 느낀 감정등. 다만 모든 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나열해 적을 필요는 없다. 기록은 속기사처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적는 것과는 다르다. 기록은 간단한 키워드 요약이 필수다. 요약은 기억을 압축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일이다.
가령 아침 출근길에서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고 해보자. 그 순간 나는 '나뭇잎이 말하고 있는 것'같다고 느꼈다. 그 경험을 '나뭇잎과의 대화'라고 요약하는 것이다. 이 짧은 한마디에는 내가 나뭇잎을 본 순간의 느낌과 감정 등 공감각적 이미지가 모두 들어 있다. 그 경험을 최대한 짧은 말로 압축해 새롭게 창조한 것이다. 이렇게 순간의 생각을 한 줄로 요약해보면 하루 일과가 적게는 15개, 많게는 30개 정도 될 것이다. 한 줄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초 남짓, 하루 10분이면 일상을 한 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기록이 습관화되면 시간을 얼마 들이지 않고도 그 순간의 감각과 내용을 언제든 현재로 응축할 수 있다.
시간을 '단위'로 요약하는 것도 아주 유용한 기억의 방법이다.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을 요약하는 것이다. 이때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항목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만약 오랜 과거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영역으로 나눠보자. 일, 관계, 공부와 성장, 가족, 휴식과 놀이 등으로 분류해서 한 달 혹은 1년간 중요했던 일들을 떠올리고 요약하기를 추천한다.
삶을 요약해보면 내가 무엇을 선호하는지, 어떤 것을 더 잘하고 어느 부분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는지 확인 할 수 있다. 이것은 나 자신을 깊이 알게 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을 살아가며 중요한 일을 어떻게 배치할지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학습이라 할 수 있는데, 애써 노력하지 않고 기록만으로 잠재성을 키워가는 것이다. 잠재성이 높을 수록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그런 과정에서 생각력이 강화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 유연한 사고로 생각력을 강화할 때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성장한다. 여기서 성장이란 끊임없이 지식과 지혜를 축적해감과 동시에 이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을 멈춘 인간에게 다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계속 성장하기를 갈망한다.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며, 경쟁력은 통찰력으로부터 나온다.
챗GPT 시대, 우리는 생각지 못한 미래를 현실에서 접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인간이 던진 질문에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답은 정답이거나 정답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답이 일반적(general)인지, 특별(special)한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데이터에서 정해진 값을 도출하는 것은 결국 시간의 문제이다. 데이터끼리 융합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생각의 문제다. 이를 유연한 사고라 볼 수 있다.
기록하는 행위는 유연한 사고를 기르는 습관으로 유용하다. 찰나에 지나가는 정보들이 명시화되고, 이를 축절하고 구조화하는 과정 속에서 마음속 깊이 지식을 쌓게 한다. 하지만 기록하고 메모하는 것이 머리를 쓰고 힘을 써야 하는 인지적 작업이라면 우리 삶의 도구라 할 수 없다.
기록은 습관이다. 습관처럼 기록하는 사람은 생각력이 좋아지고, 생각력이 높아질 때 유연한 사고가 가능해지며, 비로소 내 삶의 최대 무기를 갖게 될 것이다.
(본 글은 'MIRAE ASSET SAGE CLUB MAGAZINE, 2024 3rd STORY'(2024.07) 김익한 교수의 글입니다.)
"당신은 몇 명의 연락처를 기억하고 계신가요?"
이제는 많은 이들이 핸드폰이 없다면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부모님에게조차도. 왜냐하면 이제 우리는 누군가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핸드폰에 저장만 하면 언제든지 그 번호는 내 핸드폰에 있을테니까요. 이로써 기억력이라는 것은 우리의 삶에서 '직접'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되었습니다.
기록을 하면 기억력은 물론 생각력이 좋아진다는 기본 원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를 통해 유연한 사고가 가능해집니다. 기록이란 머릿속에, 그리고 몸의 세포들에 기억을 각인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눈으로 보고 읽고 생각하는 몸의 감각들을 깨우는 것들을 통해 우리의 몸은 더욱 잘 기억하고, 기억에 기억을 쌓아 더 깊고 넓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겁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기 보다는 이제부터 디지털 세상에서 '나'로서 살아가기 윟나 제대로 기록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알아보면 좋을거 같습니다.
유연한 사고를 만드는 습관, 기록
😀 기록, 잠재성을 현실성으로 만드는 회로
'기록한다'고 하면 잊지 않기 위해 '나중에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메모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곧 무의식적으로 잊어버려야지 하고' 결심'하는 것과 같다. 제대로 된 기록은 나중에 다시 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기록은 또한 내안의 생각을 표출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메모하면서 생각을 이어가면 체계적 구상이 가능한 건 내재화된 잠재성이다. 잠재성이란 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 데이터, 기억의 총량과도 같다. 잠재성을 현재성으로 끄집어내는 회로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기록이다. 내면에 있는 걸 밖으로 표출할 때 생각은 우리에게 확실히 각인되며, 이렇게 기록이 습관화되면 생각력이 강화된다.
책에 푹 빠져 종일 읽었는데 책장을 덮는 순간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한 장을 읽고 그 내용을 천천히 음미한 뒤 핵심 키워드만 골라 다섯 줄 정도로 메모 해보자. 그렇게 한 권을 다 읽고 노트 세 쪽 분량만큼 메모가 모이면 그걸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자. 이렇게만 해도 책의 내용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건 머릿속에서 생각난 것만 적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베껴 쓰는 것이 아니다. 핵심만 모아 극단적으로 요약해서 쓸수록 더 좋다. 문장을 빽빽하게 다 채워 쓰면 행간을 읽을 공간이 없다. 핵심 키워드만으로 생각의 공간을 남겨놔야 우리의 잠재성이 발휘된다.
😊 한 줄로 기록해보는 일상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메모장 무엇이든 기록하는 방법 자체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노트북에서 빠른 속도로 타이핑하는 건 생각을 쏟아내는 것에 가까워 깊이 생각하면서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 앞서 말했듯 머릿속에서 기억나는 것을 끄집어내어 각인시키기 위해선 온전히 체화된 것을 천천히 정리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선뜻 기록해보는 게 쉽지 않다면 일상의 모든 순간을 한 줄로 요약해보자. 아침에 창문을 열고 마신 공기, 길에서 마주친 풍경, 버스에서 만난 사람, 내가 느낀 감정등. 다만 모든 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그대로 나열해 적을 필요는 없다. 기록은 속기사처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적는 것과는 다르다. 기록은 간단한 키워드 요약이 필수다. 요약은 기억을 압축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일이다.
가령 아침 출근길에서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고 해보자. 그 순간 나는 '나뭇잎이 말하고 있는 것'같다고 느꼈다. 그 경험을 '나뭇잎과의 대화'라고 요약하는 것이다. 이 짧은 한마디에는 내가 나뭇잎을 본 순간의 느낌과 감정 등 공감각적 이미지가 모두 들어 있다. 그 경험을 최대한 짧은 말로 압축해 새롭게 창조한 것이다. 이렇게 순간의 생각을 한 줄로 요약해보면 하루 일과가 적게는 15개, 많게는 30개 정도 될 것이다. 한 줄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초 남짓, 하루 10분이면 일상을 한 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 기록이 습관화되면 시간을 얼마 들이지 않고도 그 순간의 감각과 내용을 언제든 현재로 응축할 수 있다.
시간을 '단위'로 요약하는 것도 아주 유용한 기억의 방법이다.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을 요약하는 것이다. 이때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중요한 항목순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만약 오랜 과거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 영역으로 나눠보자. 일, 관계, 공부와 성장, 가족, 휴식과 놀이 등으로 분류해서 한 달 혹은 1년간 중요했던 일들을 떠올리고 요약하기를 추천한다.
삶을 요약해보면 내가 무엇을 선호하는지, 어떤 것을 더 잘하고 어느 부분에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는지 확인 할 수 있다. 이것은 나 자신을 깊이 알게 하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 하루, 일주일, 한 달, 1년을 살아가며 중요한 일을 어떻게 배치할지 더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학습이라 할 수 있는데, 애써 노력하지 않고 기록만으로 잠재성을 키워가는 것이다. 잠재성이 높을 수록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그런 과정에서 생각력이 강화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 유연한 사고로 생각력을 강화할 때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성장한다. 여기서 성장이란 끊임없이 지식과 지혜를 축적해감과 동시에 이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을 멈춘 인간에게 다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계속 성장하기를 갈망한다.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나만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며, 경쟁력은 통찰력으로부터 나온다.
챗GPT 시대, 우리는 생각지 못한 미래를 현실에서 접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인간이 던진 질문에 인공지능이 가져오는 답은 정답이거나 정답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 답이 일반적(general)인지, 특별(special)한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데이터에서 정해진 값을 도출하는 것은 결국 시간의 문제이다. 데이터끼리 융합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생각의 문제다. 이를 유연한 사고라 볼 수 있다.
기록하는 행위는 유연한 사고를 기르는 습관으로 유용하다. 찰나에 지나가는 정보들이 명시화되고, 이를 축절하고 구조화하는 과정 속에서 마음속 깊이 지식을 쌓게 한다. 하지만 기록하고 메모하는 것이 머리를 쓰고 힘을 써야 하는 인지적 작업이라면 우리 삶의 도구라 할 수 없다.
(본 글은 'MIRAE ASSET SAGE CLUB MAGAZINE, 2024 3rd STORY'(2024.07) 김익한 교수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