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캔 북큐레이션 >
2월의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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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차가운 2월의 공기는 사유의 열기를 더욱 짙게 만들어줍니다.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며, 우리는 세상의 이치를 바라보는 눈과
내면의 물음을 동시에 다듬어야 할 때에 이르렀습니다.
도덕철학과 과학철학, 그리고 실존철학을 넘나드는 이 세 권의 책을 통해,
우리의 삶과 과학, 그리고 존재에 관한 거대한 질문들을 함께 그려보려 합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와이즈베리 (2012) 마이클 샌델은 시장만능주의의 광휘 뒤편에 드리운 도덕적 그림자를 예리하게 포착합니다. 이 책은 ‘무엇이 진정 가치 있는가’라는 화두를 우리 앞에 낱낱이 펼쳐 보이며, 돈으로는 결코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을 섬세하게 조명하지요. 구체적 사례와 문답식 토론을 통해 독자는 “시장은 언제나 옳은가?”라는 묵직한 의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샌델의 논조는 날카롭되 결코 인간적 온기를 잃지 않아, 정의와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내가 진실로 추구해야 할 윤리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도록 이끕니다. 결국 이 책은, 돈의 논리로 가려지지 않는 공동선과 공감의 지평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소중한 철학적 동반자가 되어줍니다. |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쌤앤파커스 (2019) 카를로 로벨리는 시간이라는 단단한 축을 가차 없이 분해하고, 우리에게 ‘시간이 없는 우주’라는 낯선 풍경을 펼쳐 보입니다. 그는 물리학의 정수와 문학적 사유를 교묘히 결합해, 과거-현재-미래라는 안정된 흐름에 균열을 내지요. 사물이 아닌 ‘사건’으로 이루어진 세계, 절대적 축이 아닌 ‘관계’로 엮인 우주는 어느새 우리가 익히 알던 시공간의 법칙을 유연하게 비틀어버립니다. 그의 문장은 마치 서정시처럼 유려하면서도, 과학적 정밀함을 잃지 않음으로써 독자에게 묘한 경이로움을 선사합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과감한 주장은 결국 우리의 존재 방식을 재점검하게 만듭니다. 어느 조각난 순간 속에서도 우리가 붙잡아야 할 의미는 무엇인지, 그 촘촘한 질문들이 2월의 차가운 공기 속에 묵직하게 울려 퍼집니다. | |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문학동네 (2003) 에밀 아자르(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은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연대를 슬프면서도 아름답게 그려냅니다. 창녀 출신 유태인 로자 아줌마와 버려진 소년 모모가 함께 버텨내는 삶은, 바닥 없는 절망에도 한 가닥 희망을 놓지 않는 인간의 자태를 보여주지요. 허름한 파리 뒷골목에 드리운 그림자들은 때때로 혹독하지만, 모모의 눈에는 미묘한 애정과 연민이 번뜩입니다. 인종과 종교, 성적 정체성을 넘어 소년이 발견하는 생의 신비는 곧 ‘어떻게 서로를 보듬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통렬한 질문이 됩니다. 시린 고독과 숨 막히는 연민이 교차하는 이 이야기는, ‘살아 있음’의 무게와 따스함을 시처럼 전달해주며, 결국 우리를 삶의 깊은 심연과 맞닿게 만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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