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코끼리에게서만 받을 수 있는 선물

신성자
20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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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무 좋다!  와~ 너무 예쁘다!

2023년 ICanU에 입학하기 전까지 나는 감동을 이렇게 두 단어로밖에 표현하지 못했다. 생각을 붙잡기는커녕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 양떼구름을 봐도 마음에 선명한 감정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래서 글을 쓴다고 하더라도 일과를 적고 책을 읽으면 좋은 문장 베껴 쓰기(그것도 대부분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성공, 열망, 목표)가 전부였다.


위대한 철학자들은 산책하며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난 자연과 함께해도 마음만 평화로울 뿐이지 떠오르는 영감 따위는 없었다. 과학자들도 자연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 난 도통 퍼뜩 스치는 생각도 없었다.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더라도 등산, 산책하며 드는 좋은 느낌이라도 글로 적고 싶은데 짙은 안개에 갇힌 듯한 감정들을 건져 올릴 수가 없었다. 그때 답답함을 느끼던 나를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그러다 올해 4월 초 유튜브에서 김 교수의 3가지를 듣던 중 김 교수님이 파란코끼리에 대해 주절주절 뭐라 하시길래 궁금해서 클릭했다. 나의 호기심과 툭하면 옆길로 잘 새는 딴짓이 이렇게 큰 바다와 연결되어있는 줄 그때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난 저렴하면 충동구매를 잘한다. 충동 결재 후 개강일 4월 24일을 기다렸다. 능성이님이 개강 전 몇 번 보내준 다정한 문자 메시지와 오리엔테이션에서 이타적 성장을 강조하시는 김익한 교수님의 따스함을 느꼈다.  좋은 예감을 갖고 아이캔유 공부를 시작했다.


첫 좋은 느낌으로 1학기 강의와 숙제를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열심히 했다. 1학기 만능카드는 거의 받아적기 수준이었지만 2학기부터는 내 생각을 덧붙이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려고 해도 떠오르지 않던 생각과 느낌들이 두둥실 떠올랐다. 3학기에는 만능카드를 작성하지 않았다. 대신 강의 들으며 메모한 키워드를 가지고 요약이 아니라 내 생각을 담아 한편의 글을 완성하는 연습을 했다. 재미가 붙었다. 아이캔유 이전에는 괜찮은 동영상을 보면 좋네~그리고 끝이었다. 그러나 3학기부터는 동영상을 시청하면 요약 또는 대부분 내 생각을 넣은 한편의 글로 완성했다. 그러다 3학기가 한창일 때 의욕이 넘쳐 4쪽 글쓰기 모임을 제주농부 민상님께 꾸려보자고 제안했더니 바로 그러자고 한다.

 

내 인생 글쓰기 풍년은 7월 말부터 시작되었다. 아이캔유 안에 있는 여러 모임에 가입했다. 광주지역 소모임 글쓰기,  21일 작가되기 챌린지, 4쪽 글쓰기! 아이캔유 밖에 있는 동네도서관 글쓰기 모임에도 참여했다. 글을 쓰면서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많이 변했다. 난 내가 이렇게 집중력이 좋은지, 글쓰기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었는지 전혀 몰랐다. 글쓰기를 하면서 말하기에도 관심이 생겨 매일 시 낭송 동영상 촬영을 시스템화한 지 24일 차다. 아이캔유 등록 전에는 한 가닥 생각도 끄집어내지 못하던 내가 글쓰기를 하면서 잠 못 이룬 시간이 많았다. 글감이 마구 쏟아져 침대에서 뛰쳐나와 서재로 뛰어가 메모했던 시간, 아침 운동 중에도 쓰고 싶은 내용이 떠올라 운동을 중단하고 휘발될까 봐 조바심에 마구마구 써내려갔던 시간이 있었다. 남편이 “글쓰기는 도대체 언제 끝나냐”고 묻는다. “이제 시작이다.” 했더니 “다단계에 빠졌네!”라며 걱정을 한다.

 

무엇보다도 마음을 다해 시를 낭송했더니 시인의 마음에 내 마음이 덧대지는 경험도 자주 한다. 예전에도 시를 가끔 읽곤 했지만, 남들이 훌륭한 시라 하니 읽었고 읽어야 할 것 같아 읽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 읽는 시간이 가장 좋다. 열정과 호기심으로 늘 마음이 붕 떠 있는 나를 진정시키는 시간이다. 모음 발음에 정성을 다해 아주 천천히 시를 음미하며 낭송한다. 말이 빠르고 급한 성격인 내게 시 낭송은 명상의 시간이다. 그러다 남편 전화를 받으면 원래의 내 모습을 보곤 하지만 매일 20분씩 1년을 지속하면 많이 달라졌을 나를 상상한다. 천상병, 박노해, 나태주, 류시화 시인들의 시집을 낭송하는데 난 천상병 시인이 가장 좋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마음과 세상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 시에 그대로 묻어난다. 시에 꾸밈이 없다. 이미 작고하셨지만, 천상병 시인이 읊조리는 말은 바로 시가 된다.

 

호기심에 클릭했던 파란코끼리 안에 이렇게 좋은 선물이 한가득 있을 줄이야. 그 어떤 선물보다도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해준 글력, 생각력, 시스템화능력에 발동을 걸어 준 ICanU에 감사한다. 미래 언제쯤 이 선물을 예전의 나와 같은 이들에게 전해 줄 날을 위해 내년에도 쭈~욱 열심히!  Keep up the Good 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