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믿음의 역학 관계

김선
2024-03-22
조회수 76

일정이 안 맞아서 모임에는 참석을 못하고 

아쉽지만 늦게서야 책 리뷰 기록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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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기대도 사전 정보도 없이
스토킹에 대한 얘기인가 하다
사고에 대한 여파로 무너져내리는 사랑에 대한 얘기인가 하다가 마지막까지 작가가 의도한 대로 질질 끌려다녀버렸다.

안 그래도 중간에 좀 이상했다.
1인칭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순간 갑자기 클래리사 시점인듯 아닌듯 스윽 전환되었던 그 잠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그 후로 속절없이 그대로 휘둘려버렸다.
이 지점에서 가장 이해 안되는 부분은 자동응답기의 메시지를 다 지웠다는 지점이다.
사실 다른 것 보다도 이 부분 때문에 끝까지 휘둘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작가의 매우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그 순간, 그 이후로 이 이야기는 나에게 어디로 흘러가는 지 알수 없는 풍랑에 그져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배가 되었다.

그 이후 부터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어디가 어디서부터 fact인지 알수 없다 싶었고, 식당의 총격 사건과 방어용이라며 총을 사러 다녀오는 길 모두가 꿈인가 생시인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가 싶기만 하다.

결말에 이르러 모든 에피소드가 결국 고도로 짜여진 조각 블럭이구나 라는 걸 마지막에야 깨닫는다.
-마지막에 추락사한 의사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는 시점까지도 -

뭘 위해 이렇게나 섬세하고 교묘하게 블럭을 쌓아올렸을까.
아. 사랑한다는 이들 사이의 '믿음'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하는구나. 처음부터 조를 좀더 이해하고 믿어줬더라면, 로건부인이 남편을 믿어줬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이 이야기는 성립되지 않았겠지.

마지막에 어떻게 된것인지 모두 알게 되고서도
클래리사는 조를 탓한다. 그리고 자신이 믿지 못한 것에 대한 합리화를 하고 있다.
작은 지점들이 만들어내는 균열과 그것으로 인해 스멀스멀 올라오는 의심이 있었겠지만
처음부터 믿어주지 않았고 믿으려는 노력을 안한 느낌이어서 7년에 걸친 사랑의 가벼움에 허망해진다.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있겠다 싶어서 더 허망해 진거겠지.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예전에 봤던 영화 ' 메기'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영화내내 흐르는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감각과 더불어 특이하고 특이해서 굳건해 보이던 주인공 커플에게 스멀스멀 피어올띾던 '의심' 그리고 불안.
그리고 씽크홀 (믿음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커다한 씽크홀이 생기면서 그대로 꺼져버린다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것에 대한 비유인 듯)

믿음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당신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을수 있는 걸까
당신은 나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을 것인가
사랑에서 믿음이 오는가
믿음에서 사랑이 오는가
끝이 안 나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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