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깃털 하나 ㅡ적의 벚꽃

11기문수미
2024-03-24
조회수 79

천사의 깃털 하나

 

언젠가부터 소설을 읽는 일이 힘들어졌다.

하루를 치워내는 느낌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누군가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는 일 자체가 좀 버거웠다. 

몇 번을 책을 열고 닫고를 반복하다가 결국은 놓아버렸다.

그리고 나서 한참을 실용서 또는 자기계발서만 본 것 같다.

내 삶에 바로 쓸 수 있는 것들, 내 시간이 바로 결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글들이 좋았다. 

지금은 좀 힘들지만 내가 꿈꾸고 열망하면 언젠가는 그것들이 내 삶을 꽉 채울 거라는 희망들이 카페인처럼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체크리스트처럼 몇 년을 살고 보니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다시 시집과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감정 소모가 큰 소설이나 영화들은 보는 것이 힘들다. 

아직 내 안에 누군가를 충분히 안아줄 수 있는 힘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한강의 소설들이 그렇고 이번에 읽은 ‘적의 벚꽃’이 그렇다.

세상에 일어날 수 없는 일이란 없고, 말도 안 되는 일이란 것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진짜 이런 일들이 있을 것만 같아 더 읽기가 힘들다.

안 그래도 팍팍한 세상에, 안 그래도 막막한 세상에서 이렇게 부서지기 쉬운 벚꽃에 데인 상처를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하는 불행한 한 남자의 이야기에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깊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기계발서적으로 생각해본다. 

비극도 하나의 아름다움이라면 이 아름다움은 그에게 이로운가? 해로운가? 

그는 이 사랑으로 인해 그 삶이 더 깊어졌을까, 그냥 고통스러워졌을까. 

타인이란 결국 내가 투영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사랑이란 무엇인가. 

내 속에 있는 천사의 깃털 하나를 불러내어 현실에서 그것을 쫓는 것은 아닐까. 

이름은 가을이지만 내 마음 속엔 벚꽃으로 저장되어 있는 그녀는 실제하는 것일까.


다시 한번 소박한 인간이 소박한 행복을 누리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생각하며

그래도 소박한 인간이 소박한 행복을 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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