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하고 싶었던 사랑, 소유할 수 없게 된 사랑” - 적의 벚꽃-

이여진
202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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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고 싶었던 사랑, 소유할 수 없게 된 사랑”  

적의 벚꽃 왕딩궈/이여진


 “슬픔에 대해 쓰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라는 프롤로그의 첫 문장을 계속 생각했다. 슬픈 사랑인가 곱씹으면서 한번 더 책을 읽어봐도 이 책은 슬픈 사랑이 아니라, 소유하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주인공 나는 추쯔를 사랑했다. 비오는 날 그녀에게 반하고,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그녀와 더 잘살기 위해 주야 없이 일을 하여 돈을 벌었다.

하지만 “내”가 추쯔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열심히 일할수록 추쯔는 외로웠다. 그녀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잘리고, 지진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었으며, 점점 말라갔다. “나”의 성취와는 상관없이 그녀는 그렇게 안정되지 못한 삶을 이어갔다.

그러던 추쯔에게 새롭게 찾아온 인생의 기쁨은 우연히 백화점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카메라였다.

“비극이 희열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  – p167-

주인공 나에게 불행이었던 카메라는 추쯔에게는 새로운 활력이었다. 그리고 그 활력 뒤에는 추쯔의 삶을 크게 변화시킨 뤄이밍과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추쯔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없지만 추쯔는 “나”보다는 “뤄이밍”을 만나러 갈 때 더 설레고 좋았을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해하고 들어주고 가르쳐주는 사람이니까.

“나”와 추쯔의 대화에서 주인공 “나”는 추쯔의 참새처럼 재잘거리는 음률을 좋아했지만, 추쯔가 말하는 내용을 공감하거나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의 대화는 늘 이렇게 조금씩 서로를 비껴갔다

“그녀도 침묵할 때가 있다는 사실에 드디어 누군가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희열을 느꼈지만 다시는 그녀에게 우울한 감정을 옮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p.133-

“내 말에 집중해 줄수 없어? 결승점까지 걸어갔다니까??” – p.131-

그래서 난 추쯔에게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책에서 나오는 그녀의 분량은 얼마 안되지만, 그녀는 외로웠을 것이고, 뤄이밍이 키다리아저씨처럼 그녀를 감싸 안아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럼 이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을까?

무엇이 그녀를 떠나게 했을까? 그리고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뤄이밍과의 관계로 인한 죄책감은 아닐 것 같다. 그건 주인공 “나”가 받아들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추쯔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추쯔는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이 사랑일지라도, “나”와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지 않았다.

주인공 “나”는 왜 바닷가에 카페를 하면서 추쯔를 기다렸을까? 추쯔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되지도 않는 카페를 운영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소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은 아니었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주인공 “나”는 추쯔를 “소유, 갖는다”라는 표현을 써서 사랑을 묘사한다

“자네가 그랬어. 작은 성과라도 거두어야 그녀를 가질 자격이 있을 것 같다고”    -p.286-

“추쯔가 곁에 없어서 이렇게 돈을 주고라도 추쯔대신 그녀를 내 앞에 앉혀놓을 수밖에 없었다.” – p.267-

“바이슈씨, 추쯔는 내 인생의 염소예요” 

주인공 “나”에게 추쯔는 애정을 듬뿍 쏟을 수 있는 소유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추쯔의 말에는 공감하지 못했지만 추쯔가 떠드는 것을 좋아하고 그녀의 침묵을 더 좋아했다. 그리고 “그 염소(추쯔)”는 어느 날부터 그가 주는 먹이에 시큰둥 했다. 주인공 “나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뤄이밍이 먼저 추쯔에게 먹이를 주었기 때문이다.

뤄이밍의 집에 있는 벚꽃 나무가 베어진 것을 알게 된 주인공 “나”는 그제서야 카페 문을 닫고 떠난다. 나만 벚꽃을 소유할수 있다는 것에 위로 받으면서.

“마침내 과거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적을 파멸시키고 마침내 벚꽃이 나만을 위해 피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내게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p.292-

나는 끝까지 이 문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적은 꿈속에서 파멸시키고, 벚꽃은 침대 옆에 흐드러지게 피었네”

이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추쯔는 “주인공 나”에게 “적의 벚꽃”이었다. 그리고 뤄이밍이 벚꽃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벚꽃이 베어진 순간, 나는 추쯔에 대한 기다림을 멈췄다. 적이 벚꽃을 베어버렸으니까, 그가 소중한 것을 베어버린 것으로 나의 복수는 끝났다. 그리고 복수에 추쯔의 존재는 없었다. 추쯔에 대한 사죄가 없어도 주인공 “나”는 뤄이밍에게 복수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래서 그 벚꽃(추쯔)은 주인공 침대 옆에 흐드러지게 피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주인공 “나”는 추쯔를 사랑했을까? 아니면 뤄이밍을 사랑하던 추쯔를 증오했을까?


책을 읽고 일본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가 생각났다. 추쯔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녀는 어떤 사랑을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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