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벚꽃 -왕딩궈

서신애
2024-03-27
조회수 83

적의 벚꽃

견딜 수 없는 사랑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따뜻하고 서정적인 문체 그리고 우울하고 가슴아프고 또 처절한 이야기. 

벗어날 수 없는 슬픈 현실을 자본주의를 배경으로 써내려간 이야기가 

섬세하게 그려져있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누가봐도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보이는 어린시절을 보낸 남자의

가난하고 작지만 소중한 사랑, 그리고 그것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또다른 불행.

남자는 슬픔을 쓰려고 했던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의 인생에는 슬픔이 깔려있었기에 기저에 깔린 슬픔을 덮을수도 걷어낼수도 없었다. 

사랑하는 아내 추쯔에게는 우울을 들려주고 싶지 않아했지만

우리는 안다, 사랑하는 사람이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하고 삼키는 그 이야기의 무게를.

그 무게는 추쯔를 가라앉게 했지만 그녀는 애써 밝은 분위기를 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원래 밝아서 남자의 슬픔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남자는 남자만의 책임감으로 추쯔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했고 

추쯔는 그녀만의 책임감으로 남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상대방을 위하기만 하는 사랑은 때로는 나를 이유모를 심연으로 가라앉게 한다. 


상투적이지만 행복은 나누면 두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남자의 회사 회장도 최후의 마음속에 터놓지 못한 이야기가 있지만 

어지간한 이야기는 밖으로 표출하고 나눈다. 


추쯔의 희망같은 취미인 사진을 가르쳐주는 뤄이밍 선생은 덕망이 높은 사람이지만

추쯔를 향한 욕망을 숨기지 못하고 그녀에게 상처를 준다. 

숨겨야 할 것을 숨기지 못하고 또 겉으로는 덕망을 쌓는 이중적인 뤄이밍 선생은

바닷가 마을로 다시 돌아와 카페를 차린 남자를 보게되자 죄책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들과 다른 행동을 보이는것이 뤄이밍의 딸 뤄바이슈.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겨 숨기지도 또 남자의 슬픔을 모른체 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녀의 솔직함으로 용서를 기다리고 또 잘못을 표현한다. 

주인공 남자를 사랑하는 염치 없음마저 솔직하게...


첫 회에 읽었던 견딜 수 없는 사랑은 나를 중심으로 견뎌내는 사랑을 나타냈지만

적의 벚꽃은 상대방을 중심으로 견뎌내는 사랑을 나타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과 사랑이 잔뜩 들어있어 읽는 내내 따뜻하면서도 

가슴이 저려왔다. 상대방을 나와 동일시 하는것은 어딘가 모르게 짠한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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