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애천형(千愛千形)”- 가슴 뛰는 소설 (최진영 外)

이여진
2024-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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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으로 시작해서 결혼, 부부, 노년의 사랑 그리고 죽음까지 세월이 가면서 세대마다 당면하고 있는 사랑을 엮어 놓았다. 그래서 단편 소설집이지만 장편 소설 같다

나이 탓일까, 나는 달달하면서 쓴 사랑을 쓴 전반부 보다 오랜 시간 발효된 묵은지, 된장같은 맛이 나는 후반부가 좋았다. 그 중 ‘봄밤’은 계속 여운이 남아 책을 덮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봄밤은 각자 아픔을 지닌 부부가 요양병원에서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아니 삶을 버텨주는 이야기다. 영경과 수환은 친구 신혼집에서 술친구로 만나 중년의 나이에 결혼한다.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남편 수환은 류마티스로, 영경은 알코올 중독으로 나란히 병원에 입원하여 “알류커플”로 살아간다.

둘의 사랑방식은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수환은 영경의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힘들지만 알코올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영경을 이해하고 지켜봐 주는 것이다. 금단 현상을 이기지 못해 외출을 하여 술을 마시고 오는 영경을 이해하고 의사의 만류에도 병원을 나가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한다.

영경은 수환이 심각한 류마티스로 일상이 어려워 요양병원에 입원하자 본인도 알코올 중독으로 따라 입원한다. 이미 정신이 온전치 못했지만 뼈만 남은 몸에 알코올은 들이부으며 수환을 보낼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견딘다. 

엄마 생각이 났다. 내가 엄마를 사랑한 방식이 엄마도 원한 방식이었을까?

엄마는 22년에 갑자기 폐암이 뇌와 간으로 전이되면서 돌아가셨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그날 시한부 판정을 받아 바로 병원에 입원하고 다음날 임종면회를 했다. 그렇게 고비고비 넘기면서 8개월 후에 병원에서 눈을 감으셨다.

가끔 생각한다. 병원에서 8개월을 보내는 것이 맞았을까, 아니면 3개월 아니 한달만 더 살더라도 엄마가 좋아하는 바닷가 여행을 하며 엄마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집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맞았을까.  다시 그때가 온다면 나는 휴직을 하고 엄마와 함께 집에 있었을 것 같다.

이 책은 다양한 사랑의 관점을 생각해볼 수 있어서 사랑이라는 주제를 마무리하는 책으로 적합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북클럽을 시작할 때 사랑의 정의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사랑(영어: love)은 깊은 상호 인격적인 애정에서 단순한 즐거움까지를 아울러서 강하며 긍정적으로 경험된 감정적 정신적 상태이다. 즉 좋아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모성애와 부성애, 가족 또는 연인과의 사랑을 들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사람 또는 동식물 이외의 대      상, 즉, 조국이나 사물에 대한 사랑도 포함된다. – 위키페디아-

  사랑은 다른 사람[1]을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관계나 사람[2]을 뜻하는 단어이다. – 나무위키 -

이제 나만의 사랑의 정의를 해보자.

나에게 사랑이란,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포용력,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천수천형(千樹千形)이라 했던가. 천개의 나무에는 천개의 모양이 있듯이, 사랑하는 방식도 다 다르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혹여 내 기준에 맞는 사랑만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책을 덮고 한참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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