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데믹이 준 선물, “혼자 사는 삶에 대한 성찰”, 『홀로(Allein)』

김경순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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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홀로(Allein) 있는 상태를 “피할 수 없는 실존적 경험” 으로 꼭 필요한 경험이라고 강조한다. 동성애자로 우정 중심의 삶의 모델을 살던 저자는 펜데믹 시대에 ‘홀로’ 상태를 오롯이 경험한다. 그 이전까지는 이성 커플 중심의 삶의 모델이 지배하는 시대에 동성애자라는 성정체성으로 살면서 깊은 친밀함과 유대감속에 살고 있었다. 펜데믹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롭게 버려진 존재로 느꼈다고 한다. 홀로는 고독, 외로움, 불안을 떠 올린다. 저자는 “외로움은 타인 한테서만 거리를 두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 한테서도 거를 두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때만 존재하는 자신의 일면이다. 외로움은 질병이 아니라 감정이다(p87)” 임을 각성하며 외로움을 수용하고 고통과 불편과 함께하며 자신과 잘 지내는 방법으로 펜데믹 시간을 통과했다.


이 책을 통하여 혼자 있는 것의 가치를 성찰하게 된다. 저자는 외로움 속에 정원 가꾸기, 요가, 뜨개질, 여행, 독서와 글쓰기, 스페인어 수업, 산책, 등산, 문화생활, 친구들과 교류, 그리고 사색을 통하여 마음의 평화와 안정을 찾는다. 우정의 전제 조건이 자유 임을 허용하고 인정하며 버려진 느낌에서 벗어난다. 스스로 삶의 주도권을 갖고 홀로 설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외로움의 해결 방법은 외로운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외로움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홀로 사는 삶의 최고봉은 수도자들이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외로울 수 밖에 없다. 이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서 실존적 외로움이다. 나에게 ‘홀로’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본다. 중학생 때 <홀로 서기> 시에 열광한 적이 있다.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다”라는 시구가 생각난다. 한 존재로서 홀로 설 수 있을 때 부담스러운 바람이나 기대없이 가족, 친구, 타인들과 그리고 나 자신과도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내가 가진 인간적인 약점들과 외부적 시련에도 의존심 보다는 단단하게 중심을 잡도록 수련을 해야 한다. 쉽지 않다. 저자의 정원 가꾸기, 요가, 뜨개질, 여행, 글쓰기, 산책, 등산, 문화생활처럼 홀로 재미있게 살아가는 기술이 필요하다. “에마 뉘엘 레비나스 또한 ‘실존적인 외로움’ 속에서만 자아의 한계를 깰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고 했다. 혼자 사는 실존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비로소 타인의 ‘얼굴’을 직접 대면할 수 있다고 했다. …… 고독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자아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고, 타인들과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도 없다. (p103)”처럼 내가 나를 온전히 만나고 평온한 관계가 될 때 가족을 포함하여 타인과 성숙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우리는 친구에게 아무것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 놀라운 자유야 말로 친구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이다. (p175)”라는 각성 후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으로 들어간 저자를 보며 관계에서의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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