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심과 이타심의 균형인 사랑에 대하여 - 이언 매큐언, <견딜 수 없는 사랑>

이현주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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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화두는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사랑조차 얼마나 쉽게 변할 수도 있는가였다.

7년간 안정적인 연인 관계를 유지해오던 조와 클래리사는 어느날 우연히 비극적인 사건에 휘말리고, 그걸 계기로 관계에 위기를 맞게 된다.

그 사건으로 인해 만나게 된 제드라는 인물은 정신병증이 있는 사람으로, 조에게 갑작스레 사랑에 빠졌으며 조 역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며 집착을 시작한다.

조는 제드의 집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반면, 클래리사는 조가 웃어넘길 수도 있는 일을 과민반응한다고 생각하며, 조의 정신상태가 불안정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클래리사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가 있었기에 가까운 이가 어느날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정신적 이상에 대해 트라우마를 갖고 있기에 조의 변한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다.

 

일상에 이변이 없을 때는 영원히 좋을 것만 같았던 조와 클래리사의 관계지만, 서로의 약한 부분을 건드리는 상황을 직면하게 되자 갑작스레 상대에게 이해받지 못 한다고 여기고 외로움을 느끼며 갈등이 쌓여가는 모습.

 

많이 공감이 되었다. 나 또한 이러한 과정을 겪었고, 지나고 생각해보니 이런 점이 문제였구나 반성도 했지만, 다시 사랑 한다고 해도 비슷한 과정을 반복하지 않을 자신은 없다. 사람이기에, 상대를 사랑하기에 앞서 나의 욕구를 충족받고 싶기도, 나의 결핍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클 때가 많으며, 그 순간에는 그 마음만 앞설 뿐 이성적으로 상황을 생각을 하기가 너무 힘들기에.. 사랑이란 결국 이기심과 이타심의 절묘한 균형 상태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감을 주기도 하고, 절대 못 할 것 같은 행동도 하게 하는 놀라운 감정이 사랑이지만,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그 감정이 언젠가는 변할 수밖에 없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위기로부터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혹은 달라진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답은 아직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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