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며 살아가다 (고민하는 힘을 읽고)

조혜영
2024-05-07
조회수 84


인생은 고민의 연속이다. 삶은 고통이고 매일같이 새로운 문제가 일어난다. 그 고통의 크기가 얼마나 사소한지로 행복을 가늠할 수 있다는 쇼펜하우어의 한마디가 잊히지 않는 것은 그만큼 인생에는 고민거리가 많기 때문이라서다.


살면서 할 고민이 그렇게 많은데 보통의 우리는 쓸데없는 고민까지 달고 산다. 지나고 보면 고민할 껀덕지도 되지 않는 아이 학업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기까지 하니... 그걸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한낱 인간이 바로 나다. 데카르트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했다. 이 명징한 신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유가 부러워진다. 그러고 보면 내 고민의 대부분은 믿음과 선택 앞에 놓여있었다.


과거의 종교는 그냥 삶이었다. 신 안에 존재하는 자로서 의문이란 걸 가질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게 신의 섭리였다. 중세 사회 암흑기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연민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와 달리 행복했다.


"왜 행복한지에 대해 말하자면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사건에 대해 하나하나 의문을 느끼거나 스스로 의미를 찾아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왜 자신의 신분이 낮은지, 왜 하필 말도 안 되는 나쁜 상황을 만났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게 초월존재의 뜻이었다. 지금의 지나치게 자유로워진 우리는 그들보다 윤택한 생활을 하지만 고뇌로 가득하다. 단단하지 못한 존재로 믿는 구석까지 사라져 버려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래서 한번 종교를 가져볼까? 생각해도 믿음을 가진다는 건 쉽지 않다. 이미 생겨버린 의심은 신에 대한 의문뿐 아니라 그를 믿는 자신까지도 의심한다.


답을 알든 모르든 그 고통 속에서 산다. 이런 비슷한 처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서로에 대해 냉담하다. 남의 고통이라서 냉담하고 때로 그들의 행복이 내 고통을 증폭시킨다고 생각한다. 타인과의 과도한 빈도의 연결, 하지만 알맹이가 없다. 나만해도 블로그를 시작하고 100명 미만의 이웃이 있었을 때까지 진심으로 대하던 그들의 포스팅이 이웃수가 늘고 나서 마음을 나눠줄 한계를 넘기며 이웃은 단지 숫자로만 남았다. 감정이 줄고 일처럼 대하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내가 하고자 하는 본질이 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수백 명이 들어있는 단톡방에서 수백 개의 톡을 매일 받지만 사방으로 허물지 않은 자기만의 성에서 외로움은 커진다. 멀어진 실물의 거리만큼이나 마음도 식었다. 쉽게 자랑하고 쉽게 흘려버린다. 휴대폰 화면 앞에서 무표정으로 누른 하트와 의미 없는 댓글만 늘어난다. "나"라는 규정은 타인이 없다면 성립되지 않는다. 그들이 있어 내가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조차도 결국 남의 도움을 바탕에 깔고 세워졌다. 내가 그들에게 따뜻하지 못한 것은 그들이 있어 내가 있다는 인식이 없음에서 시작된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본다.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 나는 가장 기쁨을 느낀다. 남을 밟고 올라서는 것의 무의미를 알게 된 후 고쳐먹은 마음으로 비경쟁적, 나와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비경쟁적이라고 남들이 없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각자가 행복감을 느끼는 그 일은 과연 타인 없이 성립할 수 있는 행복일까? 우리는 어떻게든 서로에게 조금씩 빚지고 있다.


직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숙명적으로 우리는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특히나 좋지 않은 상황에서 더 오래 더 깊이 의미를 되뇐다. 쉽게 눈에 들어온 나와 비슷한 그 사람보다 조금 못하면 비관하며 깊어질 대로 깊어진다. 단지 사회에 주어진 내 자리로 만족하고 그것을 행복하다 생각할 사람이 정말 있을까? 발버둥 치고 누군가보다 우위에 있을 때 아주 잠깐 안심을 느낀다. 나는 그랬다. 사람이란 선택의 자유 안에서 원래 이런 존재인지, 근대 이후 유물론의 영향으로 아직도 이러고 사는 건지...


이 모든 게 고민, 생각이 부족해서다. 현실에서 고민과 의문이 생기고 고통으로 인식이 된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다 덮어버린다. 요즘의 우리에게는 그게 습성이 되었다. 고민을 이어서 하기에 우리의 주의를 끄는 자극이 넘쳐나고 무의미한 할 일까지 줄이어 있다.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며 고민하는 힘은 살아가는 힘이다. 하나씩 마음에 걸리는 문제들을 펼치고 마음의 출처를 따라가며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해갈 수밖에 없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저자가 남긴 9가지의 질문을 하나씩 생각해 보는 시간을 다시 가져볼 때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