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슈라이버의 “홀로”를 읽고

이준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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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많은 것이 있었지만 몇가지의 공감하는 글을 정리 해본다.

 

우선은 성소수자의 삶과 생각을 잠시 들여다 보는 시간이었다. 내가 이야기로만 들어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서 짐작도 못 해보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냥 그러한 사람들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지나간다.

 

이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게 살아갈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이 어떨지는 조금이라도 짐작은 간다. 나 역시 그러한 부분이 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보편적이지 못하여 느끼는 수치심을 평생 가지고 살아가는 그 무게는 그렇지 못한 사람은 알 수 없다. 사람은 완벽히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린시절부터 줄곧 짐작해 온 자기삶과 지금의 실재하는 삶 사이에 거리감에 부대끼고 있다면, 그 거리감속 어딘가에 외롭게 버려져 있는 것 같다며, 길을 잃은 것도 같고, 무언가가 잘못된 것만 같다면....

-본문중에서-

 

이러한 상실감은 나만이 느끼는 것일까?

어찌하여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나는 살아가는 것일까...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알지 못한 채, 바쁜 일상과 힘드는 생활속에서 나는 생각지 않으려 해도 문득문득 자꾸만 떠오른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느끼는지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태도를 계속 유지하면 어느 순간 그게 습관으로 고착되어 고칠수가 없다. 자신의 기분이 어떤지 털어놓는 게 힘들어지고, 자꾸 그걸 잊으려 애를 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실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은 일들이 자꾸 쌓여가고 그게 너무 쌓이다 보면 압박감으로 몹시 괴로워진다. -본문중에서-

 

자존심이 센건지 아니면 아예 나의 힘듬을 남에게 털어 놓는 것을 배우지 못한건지 아무에게도 나의 느낌을 털어놓지 않는 시간을 오래 보내다 보니 이제는 털어놓는 방법을 모른다. 그래서 작은 일이 쌓여 나중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슬럼프에 빠진다. 이런시간이 길어지면 나중에는 몸살을 겪는다. 그러면 모든 것을 받아 들인다.나는 무엇을 버틴 것일까? 지나가는 감기처럼 아무런 내 주변의 변화가 없는데도 나는 기분 따라서 출렁거린다.

 

모호한 감정, 예를 들어 서서히 나를 사로잡는 불안감 또는 뭐라 명명해야 좋을지 모르는 정체모를 욕망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년중 가장 긴 시간 동안 나를 지탱해주던 자기 환상이 깨져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삶의 근거로 삼고 있는 고의적 망각에 실패한다. 그건 마치 중요한 판타지를 상실한 것 같은 기분이다. -본문중에서-

 

저자는 모호한 손실이라고 했다. 사람은 어떠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살아간다. 언젠가는 내가 그렇게 될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나를 지탱해온 생각인 것 같다.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어찌하여 그기에 도달할 것이라는 아무런 계획도 없는데 그것을 믿고 살아오다보니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로렌 벌렌트 – 잔인한 낙관주의가 생각이 났다.

 

“혼자 사는 삶은 파트너나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들이 체험할수 없는 요구들에 직면한다.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 역시 외로움을 느낄수 있다.”

-본문중에서-

 

사람은 보통 외로움의 해결방식으로 파트너를 구한다. 하지만 외로움은 해결된 것이 아니라 잠시 잊었다가 다시 돌아온다. 이 방법은 해결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외로움은 완벽한 내적상태에 대한 갈망‘ 즉 ’다른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또 그 사람에 의해 완벽하게 이해받음으로써 얻게되는 내적평화상태’라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건 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본문중에서-

 

저자는 외로움의 긍정적인 면을 말한다.

 

우리가 실존적 외로움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너무 닫아버리면, 또한 우리가 외로움을 그냥 밀어내고 부인하기만 하면, 우리는 내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을 차단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은 다른 방법으로는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자기 인식의 한 형태라 할수 있다.

 

외로움의 핵심은 그로 인한 고통이 아니라 외로움을 다스리는 우리의 능력, 즉 외로움의 처리능력‘이다. 마커드는 혼자살수 있는 힘’ 혼자인 것을 견딜수 있는 능력‘ 외로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가 있을 때 비로소 정말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했다. -본문중에서-

 

외로움은 사람에게 당연한 감정이고 그것을 이기는 방법은 자기가 외로움을 처리할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사람을 만날 때 해소할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80년대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 라는 시 한구절이 생각난다.

”둘이 만나서 서는 것이 아니라 홀로선 둘이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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