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슈라이버의 ‘홀로’를 읽고>

10기 박영순
2024-06-20
조회수 29


 

결혼 전 이미 결혼 한 선배언니에게 우문을 던진 적이 있다. 결혼을 하면 안정감이 생기나요?

언니가 답하길 “아니, 불안이 훨씬 커지지. ” 자신이 인생에서 한 가장 큰 실수가 결혼이고 그 보다 더 큰 실수는 아이를 나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분은 둘째를 낳고 가족을 데리고 늦은 나이에 유학을 떠났다.


결혼 전에는 늘 커플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면, 가정을 꾸린 이후에는 ‘내가 만일 독신이였다면..’이라는 갈망이 늘 한켠에 있다는건 아마도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건 사실은 나의 현실에 대한 불만족일 수도 있지만 슈라이버처럼 가슴 한켠에 자리잡은 무지개 환상을 결코 버리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니엘 슈라이버의 ‘홀로’는 그러한 내 잠재의식 속에 가지고 있는 ‘혼자’에 대한 환상과 홀로사는 것에 대한 현실을 돋보기로 들여다보기도 하고, 망원경으로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는 듯이 상세히 설명하고 때로는 음미하도록 도와주었다.

 

나도 결혼을 하면 ‘남편과 산책을 하고,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라는 나만의 이상적인 어떤 그림을 그렸었는데, 이것이 생각해보면 아주 어려운 일들이 아님에도 나에게는 둘 다 현실적으로는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십 수년을 함께 살아보다가 남편이 야구는 뛰어다니면서 잘 하는데 산책을 질색하는 이유 중 하나가 평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하루에 한번이라도 동네 한바퀴라도 돌아야 하는 나와는 달리 남편은 여행을 다니는 것 , 특히 낯선 곳 새로운 곳을 가는 것을 꺼려하는 성향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큰 외로움을 주었다.

 

이후 나는 혼자 산책을 하고, 혼자 외식을 하고, 혼자 여행을(다른 도시로) 다니면서 문득문득 이런 홀로의 자유로움을 즐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서글퍼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허전함을 나는 어쩌면 우정으로 채우고 있었을지 모른다.


나의 생각과 감정을 친한 친구와 후배들과 공유하면서 마음속의 외로움을 채워나갔고, 또 그러한 우정을 나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팬데믹을 전후로 특히, 나의 건강이 안 좋아졌을 때 더 이상 그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 어려워졌다. 특히 독신으로 지내는 지인들과는 너무나 아쉽게도 그 시기에 거의 연락이 두절되었는데, 그 이유를 슈라이버가 너무나 명확하고 세밀하게 묘사해주어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결국 서로 힘든 상황에서 나도 그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기에는 내 스스로 에너지가 고갈되었고, 특히 혼자의 삶과 생각에 몰입도가 높은 나의 지인들도, 나의 가족에 대한 여러 가지 복합적인 감정들, 일상의 반복적인 문제들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너무나 미안하지만 그 상황에서 나도 어쩔 수 없었고, 나 또한 그들에게 상처를 받았었기에

거리를 둘 수 밖에 없었다. 여러 해가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그들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고 기도하는 방법으로 조우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다니엘 슈라이버가 희망의 그 버킷리스트 쪽지를 간직하다가 언젠가 그 중 몇가지라도 이루길,,,그리고 훌쩍 떠나버렸던 상담치료자와 다시 만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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