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인생의 직조《영혼의 집》 이사벨 아옌데, 권미선 옮김

10기 김민경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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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2년 페루 리마에서 태어난 여류작가 이사벨 아옌데의 작품 《영혼의 집1,2》은 지구 반대편 남미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4대에 걸친 삶을 보여주는 긴 호흡의 이야기였다. 특히 세대를 거듭하며 변화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잘 그려냈다.

 

 나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던 작품이었다. 나의 마지막 20대에 페루와 칠레 국경 사이에서 ‘민영화’ 바람이 불어 불안했던 남미사람들의 눈동자를 떠올리게 해주었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작가의 사실적인 묘사가 그 어느 때 보다 책장을 넘기기를 아쉽게 만든 작품이었다.

 

4대에 걸친 긴 호흡의 작품답게 인물이 많이 등장했다.

‘마르코스 외삼촌’은 20대에 막연히 ‘한비야’《지구 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무작정 지구 반대편으로 짐을 꾸렸던 나의 무모했지만 용맹했던 나를 떠올렸다. 2년반 동안 남미생활을 하면서 나는 ‘마르코스 외삼촌’을 만나면서 영감을 얻었었다. 그때는 대한민국이 나에게는 너무나 좁다며 무작정 날고 싶다고 외쳤었다. 그리고 세계를 실제로 경험하며 ‘봉사’를 하겠다고 트렁크 하나를 챙겨서 대한민국을 무작정 떠났었다.


어린 ‘클라라’가 ‘외삼촌 마르코스’와 늘 함께하는 것처럼, 나도 남미에 매력에 푹 빠져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미의 불안정하고 자유로운 정서를 체험하고싶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안일을 하지 못하고 영혼들과 교류하는 ‘클라라’의 성장을 보여준다. 이 책은 여성의 성장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동정이다. 사랑을 하면서 그것에 머물지 않았다. 시련을 겪고 언니 ‘로사’를 본인의 말 때문에 잃는다는 죄책감으로 상실을 겪고 8년 동안 말을 하지 않지만 성장을 보여주었다.

‘블랑카’를 키우면서 그 성장의 열매를 맺는다. 블랑카는 엄마 ‘클라라’와의 좋은 관계를 갖는다. 우리 삶에서 ‘나’ 그대로 도 성장을 보여주지만, 나의 열매를 통해서 성장의 결실을 맺기도 한다. 가족을 일구기 때문이다.

 

나의 실수와 불완전성을 극복했기 때문보다는 그것을 기꺼이 끌어안고 수용하는 모습이다. ‘용기’를 내고 해낼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삶’을 살아냈다.

 

‘삶’은 늘 가족안에서 복잡하고 알 수 없는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공감’과 ‘이해’를 필요로한다. ‘사랑’이기 때문이었다.

 

‘세베로 델 바예’ 의 엄청난 금수저 집안은 결국 트루에바 의원의 낮아짐으로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외손녀 알바가 끌려갔기 때문에 트루에바가 쌓아올린 어떤 명성과 권력도 손 쓸수 없는 무능함을 맛보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트란시도 소토’의 도움으로 ‘알바’를 구해내는데 성공했다.

 

‘세베로 델 바예’가는 몰락한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외할아버지에게 외손녀를 찾아왔던 그 사건이야말로 ‘감사’가 아니고 무엇이었을까. 나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사건들이 꼭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사고로 만나는 우연함이 더 많았다. 그때 어떤 좌절과 죄책감에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감사’하면서 또 삶을 살아가는 작은 희망으로 ‘존재’해가는 것이 ‘삶’의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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