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기후변화 사고실험] 지구행성경계

기후변화 평가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평가'와 '연구'가 두 가지 중요한 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두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지내왔던 것 같은데, 기후변화처럼 과학적 분석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그 구분이 더욱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쉽게 말해, 평가는 '목표가 얼마나 달성되었는가'를 되돌아보는 것이고, 연구는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때로는 지레 겁을 먹고, 때로는 너무 어려워서 읽을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 '지구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ies)' 개념을 접했을 때, 저는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 개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때로는 단순하고 시각적인 개념이 복잡한 문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가 되잖아요. 나이팅게일이 병사들의 사망에 비위생적인 환경이 미치는 영향을 로즈 차트로 명확하게 표현했던 것처럼요. 


나이팅게일의 로즈 차트, 한눈에 사망 원인과 위생 개선의 필요성을 보여주어 의료개혁을 이끌었다.















스톡홀름 회복력 센터(Stockholm Resilience Centre)에서 2009년 제안한 지구행성경계는 지구를 9개의 기둥을 가진 집처럼 표현합니다. 이 영역은 "①기후변화 ②생물권 보전(생물다양성) ③영양화(질소·인의 변화) ④새로운 물질 ⑤토지 이용 변화 ⑥담수 이용 변화 ⑦해양산성화 ⑧대기질(에어로졸) ⑨오존층 변화"로, 특정 경계를 넘으면 지구가 한계에 다다를 수 있는 영역입니다. 이 경계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구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영역을 고르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죠. 한 영역만 무너져도 다른 영역에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하나라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전체적인 시스템이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2024년에 발표된 지구행성경계 보고서는, 지구의 9가지 기둥 중 6개는 이미 위험한 단계에 들어섰고, 7번 해양산성화도 위험에 근접했다고 합니다. 측정을 시작한 2009년부터 살펴보면, 2009년에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질소와 인의 순환 경계만 위험했지만, 2015년에는 토지이용(산림파괴)이 더해졌고, 2023년에는 담수와 미세플라스틱을 포함한 새로운 물질이 위험영역에 추가되었습니다. 












지구,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 지구행성경계


1. 기후변화 - 현실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는 건 누구나 느끼고 있을 겁니다. 그 이유는 바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 때문입니다. 산업화 이전에는 280ppm이었던 CO₂ 농도가 2023년에는 419ppm까지 치솟았어요. 그 결과, 더워지는 지구, 극단적인 기후 현상, 녹아내리는 빙하들... 이게 바로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게 문제죠.


2. 생물다양성 - 사람, 소, 소, 돼지

인간과 가축을 합하면 전체 포유류 생물량 중 96%를 차지합니다. 동화에는 코끼리 옆에 기린, 그 옆에 악어가 그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 옆에 소, 소, 그리고 돼지를 그려야 하죠. 유전적 다양성도 약 10% 줄어들었고, 이는 멸종 위기의 동식물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불균형은 먹이사실의 상위에 있는 우리 인간에게도 큰 위협이 됩니다.



























3. 영양화 – 바닷속 숨 막히는 물고기들

바닷속 식물성 플랑크톤이 미친 듯이 증식하면 어떻게 될까요? 어패류가 질식해 버립니다. 바로 영양화 현상인데요, 질소와 인 같은 영양소가 과도하게 공급되면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물고기들이 숨 쉴 공간이 없어지죠. 이 문제는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4. 새로운 물질 – 미세플라스틱, 구름, 상추, 탯줄 속에도 있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이미 자연을 휘젓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미세플라스틱, 방사성 폐기물, 그리고 각종 화학물질들입니다. 이 물질들은 지구 환경에 쌓이고 쌓여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돌아오고 있어요. 그게 음식이든, 바다든,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말이죠. 미세플라스틱은 우리가 마시는 물에서 뿐 아니라, 식물 속에서, 신생아들의 탯줄 속에서, 심지어 구름 속에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5. 토지 이용 변화 – 나무가 사라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숲 속에 누워서 휴식을 만끽해 본 적 있나요? 안타깝게도 전 세계적으로 삼림 면적이 4억 헥타르(약 10%)나 감소했습니다. 이건 축구장 몇 개 정도냐고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양이죠. 나무들이 사라지면 지구의 산소 생산도 줄어들고, 기후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기후변화로 더 건조해진 공기는 큰 산불에 취약해집니다. 우리는 다시 나무가 자랄 시간조차 주지 못하고 있어요.


6. 담수 이용 변화 – 우리에게 물이 남아 있을까?

물 없인 살 수 없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얘기죠. 그런데 담수 자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토양과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물, 그리고 저수지의 물도 빠르게 감소 중이에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바로 농작물이 자라기 힘들고, 우리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마저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갈증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


7. 해양산성화 – 바다는 위험지역의 경계에 있다. 

지구의 바다마저 고통스러운 상태입니다. 해양산성화가 진행되면서 바다의 pH 농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는 바다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며, 결과적으로 해양 생태계에 큰 악영향을 미칩니다. 해양산성화는 현재 안전한 한계를 넘어 경계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산호초 같은 중요한 해양 생태계가 이미 파괴되고 있으며, 이는 바다 생태계 전체의 균형에 위협을 가하고 있어요.


8. 대기질 – 숨 쉬기도 힘든 공기

대기 중 떠다니는 작은 입자들, 즉 에어로졸은 공기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우리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기후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대기질(에어로졸) 관련 경계는 안정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관리가 소홀해지면 기후와 인간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죠.


9. 오존층 – 아직은 조금 안심해도 될까요?

한때 심각하게 파괴되었던 오존층은 전 세계적인 노력 덕분에 점차 회복되고 있습니다. 오존층은 자외선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중요한 방패 역할을 하죠. 현재는 오존층 관련 경계는 안전한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여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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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하나밖에 없다고 하죠. 이 글을 통해 지구라는 집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쓰기가 나와 세상을 바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