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저는 선생님께 기회를 드렸고, 선생님은 선택을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있는 "오징어게임 2"의 첫 화, '빵과 복권' 에피소드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배우 공유가 연기한 '딱지남' 캐릭터가 탑골공원 노숙자들을 상대로 빵과 복권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노숙자는 당장의 허기를 달래줄 빵 대신, 일확천금을 꿈꿀 수 있는 복권을 택하죠. 그리고 남은 빵은 "이건 내가 버린 게 아니라, 노숙자들이 버린 빵"이라며 딱지남이 짓밟아 버립니다.

왜 사람들은 '확실한 생존'보다 '희박한 성공 가능성'을 택하게 될까요? 이 장면은 가난한 이들이 더욱 가난해지고, 극심한 불평등과 희박한 확률이 뒤섞인 자본주의 시스템의 작동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노숙자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우리 역시 종종 "코인·주식 한 방이면…" 하는 기대를 품어본 적 있지 않나요?

오늘은 이 '빵과 복권' 에피소드를 통해, 불확실성의 시대에 한 번의 대박을 꿈꾸게 만드는 "도박적 사고"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살펴보고자 해요. 그리고 행동경제학에 근거한 실천 방안을 함께 고민해 봅시다.

Section 1. 우리 모두가 꾸는 '인생역전'의 꿈

1. 한 번의 대박이면...

노숙자들의 선택과 내 일상의 공통점 탑골공원 노숙자들이 복권을 선택하는 모습은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습니다. 과거 '코인 한 방이면…!' '주식 한 종목만 잘 타면…!' 하고 투자했다가 한순간에 무너진 경험을 떠올려보세요. 당장의 생존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마음 한편엔 "언젠가 크게 역전할 수 있어!"라는 기대가 자리 잡고 있었죠.

이들이 복권을 선택한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코앞의 배고픔보다 '한 번의 대박'으로 인생이 뒤집힐 수 있다는 희망을 택한 거예요. 이미 배고픔에 익숙해진 상황이라면, 눈앞의 빵이 주는 가치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배고픔 정도는 참을 수 있으니, 차라리 인생 역전을…" 하는 심리가 싹트는 거죠.

2. 잃을수록 더 매달리게 되는 이유 

이미 잃은 것, 그리고 더 무서워진 손실 투자 실패로 이미 손실을 본 상황이라면, "그냥 여기서 털고 나오기엔 너무 아까워!"라는 심리 때문에 '배수의 진'을 치게 됩니다. 

현실적 대처보다 '올인(All-in)'을 택하는 거죠. 불평등이 심화된 사회일수록 낮은 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복권'이라는 이름의 헛된 희망에 더욱 매달리게 되는 것처럼, 우리도 손실 앞에서 비합리적 선택을 하게 됩니다.

3. "남들도 했는데"라는 사회적 증폭 

주변에서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나만 소외된 것 같은 불안이 더욱 커집니다. 타인의 성공 사례가 SNS나 미디어를 통해 증폭될수록, 누구라도 도박적 사고에 빠질 위험이 켜져요. 사회적 비교가 가속화되는 시대, "코인·주식 한 방이면…" 같은 이야기는 마치 감염병처럼 빠르게 확산됩니다.

Section 2. 불확실한 시대, '한 방'의 유혹이 커진다

1. 도박적 사고를 부추기는 인간의 뇌 

도박적 사고(Gambling Mindset)의 비밀은 우리 뇌 속에 있습니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프로스펙트 이론은 인간의 의사결정이 얼마나 비합리적일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그들의 유명한 실험 중 하나를 소개할게요. 실험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습니다

• A) 100% 확률로 3,000만 원을 받는다 
• B) 80% 확률로 4,000만 원을 받고, 20% 확률로 아무것도 받지 못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A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손실의 관점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 A) 100% 확률로 3,000만 원을 잃는다 
• B) 80% 확률로 4,000만 원을 잃고, 20% 확률로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이번에는 대부분이 B를 선택했죠. 수학적으로는 두 상황 모두 A가 더 유리한데도 말이에요. 이처럼 우리는 이익 앞에서는 보수적이지만, 손실 앞에서는 위험을 감수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로 100만 원을 잃을 때의 심리적 고통은 100만 원을 얻을 때의 기쁨보다 약 2.5배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2.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착각

MIT의 한 연구진은 도박꾼들의 '근접 실패(Near Miss)' 경험을 연구했습니다. 예를 들어 복권에서 단 한 숫자 차이로 당첨되지 못했을 때, 사람들의 뇌에서는 실제 성공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의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건 이런 근접 실패를 경험한 사람들이 오히려 다음번에 더 큰 금액을 걸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거예요.

실제로 2021년 가상화폐 시장의 폭락 시기에 나타난 투자자들의 행동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이제 바닥이니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로 손실을 회수하지 않고, 오히려 추가 투자를 하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발생했죠. 이는 확실한 손실을 피하려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되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3. 불확실성이 만드는 비합리적 낙관주의 

시카고 대학의 한 실험은 더욱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줍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두 개의 상자 중 하나를 고르게 했습니다. 한 상자에는 확실한 5달러가, 다른 상자에는 50% 확률로 0달러 또는 11달러가 들어있었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대부분이 확실한 5달러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인위적으로 높였더니(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게 한다거나, 시간 제한을 둔다거나), 불확실한 선택지를 고르는 비율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는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와 불안이 큰 상황에서 비합리적 선택을 하기 쉽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더구나 우리 뇌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도파민 분비가 증가하는데, 이는 위험 감수 성향을 더욱 부추깁니다.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도박에 빠진 사람들의 뇌는 손실 상황에서도 마치 승리한 것처럼 도파민을 분비한다고 해요. 이런 뇌의 착각이 "이번에는 될 거야"라는 비합리적 낙관주의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Section 3. 행동경제학이 알려주는 현명한 생활의 지혜

1. 심리적 회계로 만드는 안전한 울타리 

행동경제학의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 이론에서는 우리가 같은 돈이라도 어떤 목적인지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다고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월급으로 번 돈과 복권으로 얻은 돈을 쓸 때 느끼는 심리가 다르죠. 이를 활용한 실천 방안을 살펴볼까요?

2.  프레임 효과로 바꾸는 일상의 관점 

우리의 선택은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실패할 확률 10%"와 "성공할 확률 90%"는 같은 말이지만, 전자를 들었을 때 더 큰 불안을 느끼죠. 이런 '프레임 효과'를 활용해 보세요.

3. 현상유지편향을 이용한 습관 만들기

사람들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변화를 시도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시작'인 이유죠. 이런 심리를 역으로 이용해 봅시다.

Outro. 여러분도 복권을 선택하실 건가요?

당장의 빵 대신 복권을 택하는 노숙자들의 모습은,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를 적나라하게 비추는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그리고 이미 손실을 경험했을수록 한 번의 역전을 꿈꾸는 '도박적 사고'는 더욱 강렬해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그 심리는 결코 '개인의 나약함' 때문만은 아닙니다. 자본주의적 구조, 불안한 시대적 흐름, 그리고 행동경제학이 설명하는 인간 본성의 메커니즘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거예요.

그렇기에 더욱 우리는 행동경제학의 통찰을 바탕으로, 심리적 회계와 프레이밍을 활용한 체계적인 투자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한 번의 역전이 아닌, 꾸준한 성취로 불확실성의 공포를 줄이고 싶다면 말이죠.

이 글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불확실성이 큰 시대일수록 사람들은 한 번의 대박을 꿈꾸는 도박적 사고에 빠지기 쉽다.
• 도박적 사고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와 인간 본성이 결합된 결과이다.
• 일확천금을 꿈꾸는 대신 객관적이고 분산된 작은 성공을 쌓아가는 습관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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